당신은 운세를 믿으시나요?
이렇게 글을 시작하니까
도를 아십니까 느낌이 물씬 나네요 ㅋㅋㅋ
저는 원래 관심 없는 편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두 가지 운세를
매일 아침에 보고 있어요
메신저로 보내주는 별자리 운세와
사주 어플의 운세 알림 서비스…
이런 변화도
나이와 상관이 있을까요?
없을까요?
아무튼… ㅋ
오늘 저의 별자리는
공들여 이루어 놓은 많은 것들을
허망하게 잃기 쉬운 하루였고요
저의 사주는
주위 사람들과 얽혀 문제가 생기고
경솔함으로 일을 그르치기 쉬운 하루였대요
보통 이렇게 운세가 안 좋은 날은
긍정적인 쪽으로 알아서 해석을 하고
조금 더 조심하며 보내곤 하는데
어쩐지 오늘은 자잘한 불운이
하루 종일 이어지는 느낌이었어요
먹을 걸 사러 잠깐 나갔다 오는데
자주 다닌 길인데도 불구하고
내비게이션을 두 번이나 헷갈려서
빙빙 돌아서 집에 온 게 이 시각 기준
가장 마지막 불운이었어요
별 것 아닌 일들이 이렇게 자꾸 이어지면서
안 좋은 운세가 계속 떠오르고
일어난 일들을 신경 쓰지 않으려고
억지로 애쓰는 내 모습이 또 신경이 쓰이고
그러다가 정신 차려 보니
진짜로 오늘 하려고 했던 일들은
하나도 못한 것 같고
결국 짜증이 솟구치면서
나라는 인간에 대하여
내 인생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으로 고찰하며 마무리하는 하루
여러분도 혹시 아시나요… ㅎ
올해 초에도 어플로 신년 운세를 봤는데
그 또한 최악이었어요
자세한 말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하여간
모든 계절 모든 달이 그냥 안 좋았어요!
헛짓거리 하지 말고 조신하게 지내라는 게
결론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 그럼 올해는
절대 무리하게 일을 벌이지 말고
하루 하루 꾸준하게 내실을 다지자!
라고 마음을 먹었지요
그런 마음으로 벌써
얼추 반년을 보냈네요
집안일을 하고
티는 잘 안 나지만 집안 구석 구석을
조금씩 정리하고
매주 한 편씩 그린 만화들이 쌓여 가는 와중에
마음에 드는 노래들도 몇 곡 썼어요
원래 같았으면
와 이런 노래가 생겨나다니! 너무 기쁘다!
하고 들떠서 얼른 작업을 해치우고
발표할 궁리를 진즉에 시작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네요
100% 신년 운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만든
내가 좋아하는 어떤 것을
내가 이걸 좋아하는 이유가 더 잘 드러나도록,
다른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느낌으로
이것을 좀더 쉽게 좋아할 수 있도록,
더 세심하게 다듬은 후에
공개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이게 남들에게는 아무 의미 없지만
저에게는 상당히 큰 변화거든요
전에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을
제 의지의 범위를 넘어서는
약간은 초자연적인 행위처럼 느끼곤 했어요
그래서 한번 만들어 놓은 것은
잘 고치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어쩌면 만화를 그리면서
겪게 된 태도의 변화인지도 모르겠어요
더 잘 그리고 싶어 계속 고치고
전부 새로 그리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도 여러 번 다시 보며
부족한 점을 찾기도 하고
조금 더 나아지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경험을
만화를 그리면서 굉장히 오랜만에
자연스럽게 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다시 음악을 하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는
꽤나 비장했지만
그렇게 다시 시작한 후에야
진정으로 과도기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또 반년이 금방 지나가겠죠?
작년에 책 한 권, 노래 한 곡을 발표했지만
어쩌면 올해는
아무 것도 발표하지 못할 수도 있겠네요
어떤 불운을 어떻게 견디며 지낼 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무언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무언가 쌓아 나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잊어버리지 않는다면
언젠가
정말 좋은 것을
정말 확신에 찬 모습과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정말 반가운 이들과 함께 나누는
정말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저는 믿고 있어요
그렇게 된다면
불운의 한 해도
행운의 한 해로 바뀌겠지요
오늘의 불운 또한 불운으로 끝내기 싫어서
자꾸 미뤄뒀던 일기 겸 편지를
갑자기 쓰기 시작했어요 ㅋㅋ
이렇게 한없이 길어질 줄은……
다음에는 좀더 짧고 가벼운 글로
즐거운 소식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요즘 꽂혀 있는 노래 한 곡 같이 보냅니다!
대략
당신이 너무 좋다는 노래예요
당신 이외의 어떤 것도 나를
진정 충만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점점 더워지네요
항상 건강 조심!